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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지방 공기업 계약직 후기

 20대 중반 첫 직장생활 시작하여 공무원 시험도 준비해보고 워킹홀리데이도 다녀오고 그냥 쉬면서 백수생활도 해보았다.

 그렇게 살다보니 같은 또래보다 경력은 부족하고 연봉은 낮고 기술이나 자격증도 없다.

 그러다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겨서 이제는 도망치지 않고 자리를 잡아야되는 상황이 되었다.

 최근 무빙이라는 드라마에서 배우 류승룡씨가 연기한 구룡포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의 모습이 어떤지 느꼈다.

 가족을 위해 하고 싶은 일도 포기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무언가 하고는 있지만 이도저도 결과가 제대로 안 나오는 상황이라서 답답하다.

 그래도 취업활동 꾸준히 하다가 결국 지방 공기업 계약직으로 이직을 했다.

 이전까지는 중소기업 정규직으로 근무했었지만 연봉도 낮고 잦은 출장, 현장의 위험 등 여러 이유로 그만두었다.

 그 중에서 같이 일하던 팀의 리더가 퇴사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앞으로도 계속 일하면서 발전해 나가자고 했었지만 위에서부터 한 사람씩 그만두기 시작하니 업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어려웠다.

 가장 큰 힘든점은 다들 퇴사 전부터 공황장애나 번아웃증후군 등 정신적 고통이 있었다. 아무래도 프로젝트 진행 중 실패도 많았고 위험한 부분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다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정신적으로 고통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와중에 추가 인력, 대체인력은 채용이 어려웠고 결국 다들 나가버렸다.

 나도 혼자 남아서 어떻게든 버텨보고 싶었지만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

 출장 다니면서 처음으로 운전 중에 멍때리는 경험을 했다. 졸리지도 않는데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아무 생각이 안 나고 기계적으로 운전을 했었다.

 하루에 200km이상 거리를 다니다보니 한 달에 1000~4000km 주행을 했었다. 덕분에 운전 경험이 많이 쌓여서 실력은 늘었다.

 비가 많이 쏟아지던 여름 장마때도 운전해보고 고속도로 사고도 목격하고 정체가 심한 구간도 파악했었다.

 그렇게 출장 다녔는데 현장 가서는 일을 해결하면 또 새로운 일이 생기고 끝이 없었다.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거나 내가 모르는 분야의 업무도 있어서 여기저기 연락해서 물어보고 공부도 했었다.

 그러다가 결국 퇴사하고 이직을 준비했다. 원래라면 이직 자리를 잡고 퇴사하는 게 맞지만 쉽지 않았다.

 퇴사 후 저축한 돈과 퇴직금으로  몇 달 쉬다가 이직한 곳이 지방공기업이다.

 이전에 단기로 일해본 적이 있어서 면접을 쉽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실무자를 뽑는 채용이어서 면접 질문도 까다롭고 어려웠다.

 운이 좋게도 경쟁자보다 조금 전문지식과 경력이 있어서 합격했다.

 그리고 입사 후 몇 달 근무하면서 다니고 있다.

 입사 후 처음 알게 된 것은 계약직(비정규직)이어도 입사자 교육과 임용식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복지포인트도 정규직과 동일하게 지급해준다는 것이다.

 연봉은 직급이 높아서 오히려 정규직 신입보다 조금 높지만 호봉이나 명절휴가비, 기타 수당을 포함하면 역시 정규직이 급여는 더 받는다.

 업무는 정규직과 동일하지만 실제 공공기관에 종사해본 경험이 없으면 신입이랑 조건은 동일해서 처음부터 배워야한다.

 공공기관 특성상 기안 작성부터 공무원과 비슷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양식도 있고 승인절차도 체계적이다. 중소기업과 비교하면 절차가 복잡하고 딱딱하다.

 그래도 매뉴얼이나 절차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 단지 내가 일 했던 방식과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전 회사에서는 개발쪽 일이어서 문서작성보다는 매일 프로그램 코드 분석하고 수정하고 테스트를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계약서, 공고문, 협약서, 보고서 등 여러 문서를 작성해야되고 검토해야된다.

 업무자체는 쉬운편이지만 처음에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일하면서 어려웠던 점들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이다. 이전에는 소수 인원들과 협력해서 일했고 주로 컴퓨터 앞에서 코딩만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매주 정기적으로 회의도 하고 여기저기 연락 오면 전화도 받고 업무 관련으로 전화도 해야 되고 정신이 없다.
 성격이 외향적이면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추가로 공기업, 공공기관은 거의 공무원과 같거나 비슷한 규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겸직, 부업이 힘들다.

 사기업, 민간기업은 직원이 부업을 해도 소득이 너무 높거나 4대보험 이중 가입만 안 하면 회사에 걸리는 일도 없다.

 게다가 걸려도 부서장이나 사장과 잘 얘기하면 된다. 겸직 금지라고 근로계약서에 기본적으로 써있지먀 요즘 배달이나 대리, 쿠팡 같은 단기 알바를 부업으로 많이 한다.

 공기업은 이런 부업이 기본적으로 금지고 걸리면 징계를 받는다. 만약 하고 싶다면 기관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대부분 사업소득이나 기타소득을 가족명의로 대체해서 하는데 이것도 조심해야된다.

 그 외 공기업 장점이라면 시간제한이 있지만 야근 수당이 나오고 출장비도 별도로 나온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니면서 알게 된거지만 생각보다 나이 많은 계약직도 무기계약직(공무직)도 있다는 것이다.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정규직 전환 사례도 있지만 공채에 지원해서 NCS 시험과 면접을 통과해야된다.

 다들 이런저런 각자 사정으로 계약직을 다닌다. 사회초년생이고 공기업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20대 중후반까지는 1~2년 정도 계약직 다녀볼만 하다. 

 공기업 사무직이 자신에게 적성이 맞는지 워라밸이나 복지, 연봉은 만족스러운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일하면서 쌓은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풀어서 쓸 수 있고 면접때 얘기할 수 있어서 공기업 지원시 도움이 된다.

 다만 공기업도 기업별로 연봉, 복지, 워라밸 등 근무 환경이 다르니 참고해서 찾아봐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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